2008년 10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의 복직은 다시 유보됐다.
지난 4월 서울고법 민사15부가 노 전 위원장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YTN 앵커로 시청자 앞에 서는 일은 일단 후일을 도모해야 하겠지만, 사실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독자들에게 쉼없이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기존 언론사들의 기사를 나름의 기준으로 추려내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발행하는 ‘용가리통뼈뉴스’(http://twitter.com/yotonews)를 통해서다. 기존 신문·방송에 맞서는 시민들의 대항 언론을 구축하기 위해 노 전 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출범시킨 트위터 언론이다.
5일 서울 남대문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노 전 위원장은 “뉴스를 선별하고 촌평을 달았던 트위터 이용자 한명 한명이 모여 기존 언론을 검증하고 재구성하는 ‘집단 미디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용가리통뼈뉴스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채 못 됐다. 반응이 어떤가.
“팔로어 증가 속도는 예상했던 수준과 비슷하다. 현재 팔로어 수가 1만1000명이 좀 넘는다. 트위터 반응도를 확인하는 대표적 기준이 리트윗인데 용가리통뼈뉴스가 발행한 기사들이 리트윗되는 횟수도 기대보다 높다. 반응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나쁘지 않다.”
-용가리통뼈뉴스가 트위터에 올리는 기사의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가능한 한 팔로어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선정하려고 한다. 기존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는 기사, 또는 주요 매체가 다루지만 긴 기사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낸다.
매체 비평 기능을 하기 위해 방송사의 메인 뉴스, 신문사의 주요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비평할 것들이 보이면 그것도 트윗한다. 저와 약속된 분들이 뉴스 소재를 찾아서 보내주기도 한다.
트위터로 기사를 유포하는 방식은 경향신문이나 용가리통뼈뉴스나 똑같다. 다만 기존 매체는 자기 콘텐츠가 아니면 뿌리지 못하는 반면, 용가리통뼈는 모든 기사를 다 뿌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약속된 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트위터 안에 용가리통뼈뉴스의 서포터 모임이 있다. 그분들이 공유하고 싶은 기사, 혹은 다른 이용자들의 트윗 중에서 확산시키고자 하는 트윗을 추천해준다. 추천받은 것들 중에서 일부를 선별해 내가 다시 용가리통뼈뉴스의 계정으로 트윗을 발행하는 것이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뉴스는 어떤 것이 있었나.
“일반 뉴스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유성기업 파업과 관련된 트윗이 많이 리트윗됐다. 기존 매체의 보도는 양도 적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트위터 이용자들이 기대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한진중공업 노조를 응원하는 희망버스 이야기도 많은 반응이 있었다. 어느날 한진중공업 관련 트윗을 15건 정도 올렸는데 사람들이 제일 많이 리트윗한 것은 기사가 아니었다. ‘땀에 젖은 지폐를 넣지 마시오’라고 써붙어 있는 한진중공업 내부 자판기 사진이었다.
기존 매체들은 이런 느낌의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틈새를 공략하면 콘텐츠 차별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항소심 재판에서 패소한 것과 용가리통뼈뉴스를 시작한 것이 시기적으로 관련이 있나.
“만약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면 일을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도 다른 기자들이 일하는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은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복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최근 YTN 간부의 비리 의혹을 노조에 제보한 기자가 비보도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 노조가 사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외부에선 YTN 구성원들과 정권 간의 싸움이 잠잠해진 것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을 텐데, YTN과 정권의 관계는 실제 어떤 지점에 와 있나.
“이명박 정권에 레임덕이 오고 있지만 각 언론사 내부에는 아직 관성이 남아 있다.
YTN도 그 구조 안에 있다. 사측은 회사 간부의 비리 의혹을 노조에 제보한 기자에게 보복성 인사 조치를 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뉴스 스튜디오에서 대통령을 추어올리는 것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MB정부에 장악된 관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현 경영진은 이것을 타개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YTN 조합원들이 심각하게 공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본다.”
-앞으로 용가리통뼈뉴스를 어떤 방향으로 키워갈 계획인가.
“팔로어를 많이 보유한 파워 이용자들을 조직적으로 연계하고 싶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팔로어가 83만여명이다. 예를 들어 그런 분들이 용가리통뼈뉴스를 지지하고 리트윗하기 시작한다면 뉴스를 더 많이 확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용가리통뼈뉴스의 취지에 공감하는 파워 이용자들을 조직화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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