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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KBS새노조 "청와대 구내방송 그만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과 이승만 전 대통령 특집 다큐멘터리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7일 KBS 신관 앞 광장에서 ‘주례연설·친일·독재 비호 방송 규탄대회’를 열고 대통령 주례연설을 폐지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KBS 새노조 엄경철 위원장은 조합원 130여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사측은 ‘국정 책임자의 연설이니 뉴스가치가 있다’며 대통령 연설을 방송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관점서 이 프로그램은 KBS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며 “KBS는 저널리즘 기관이 아니라 정부의 선전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연봉 7000만원 받는 노동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였다”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정한 것을 문제삼았다. 새노조가 이 대통령의 해당 연설을 스피커로 들려주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민주노총 노우정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 이명박 정권에선 처벌해야 할 범죄가 됐다”며 “KBS는 대통령의 주례연설을 방송함으로써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또 8·15 특집으로 방송될 이승만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와 백선엽 장군에 관한 6·25 특집 다큐의 제작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들이 독재자와 친일파를 복권시키는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 작업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백선엽 장군은 항일독립운동가 170명을 살해한 간도특설대의 중위였던 전력 탓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은 “이승만이 누구이고 백선엽이 누구인가. 넋이 빠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며 “3년 전까지 신뢰도 1위였던 KBS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지난달 31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퇴장해 중단된 공정방송위원회의 속개 일정을 사측과 협의 중이다. 새노조는 차기 공방위에서 백선엽 다큐와 주례연설 폐지 문제를 사측에 질의할 방침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