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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미디어 세상]오류를 인정하는 언론의 자세

언론은 정보나 의견을 제시하여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언론은 취재 보도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오보를 내왔다.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당연히 오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러 단계에 걸친 내부 검증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허위조작 정보가 만연하는 지금, 검증 체계를 가지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설사 언론들이 노력해도 다양한 요인으로 오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보 발생 이후 언론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사실 오류’가 있을 때는 물론 ‘사실’을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음에도 언론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해석하여 수용자가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면 이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전자는 정정보도라 할 것이고 후자는 반론보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언론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언론 스스로가 제조업자들의 리콜을 요구하고, 리콜이 궁극적으로 제조업자들의 신뢰를 높인다고 얘기해오지 않았던가.

 

우리나라는 ‘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로 언론의 오보로 입은 피해를 구제할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법 15조는 정정보도의 내용과 크기 등을 언론사와 피해자가 협의하지만 “정정보도는 공정한 여론형성이 이루어지도록 그 사실공표 또는 보도가 이루어진 같은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서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 했다. 적절한 구제의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 그럴까? 대부분의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는 원 기사가 실린 지면과 다른 지면의 한구석에, 인터넷 기사의 경우 별도의 기사로 존재한다. 원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정정이나 반론의 주장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언론보다 약한 피해자들은 협의 과정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지금 관행으로 정착한 측면도 있다. 시민들이 언론사들의 미온적 태도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오보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하지만, 일단 오보를 했으면 피해자의 처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론의 위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언론만의 문제일까? 우리 사회 역시 그렇지 않을까? 리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언론이 언론의 피해 구제에 인색하듯, 언론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는 시민들도 자기 진영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언론이 소위 내 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반발하는 경향이 사회에 만연하다. 확증편향 현상이 특정 성향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 나아가 지금 우리는 언론이나 언론이 생산하는 정보를 내 편이냐 네 편이냐 여부에 따라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언론이나 새로운 플랫폼 등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가 무오류일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는 진영 논리에 따라 내가 선호하는 언론, 언론인 그리고 거기서 나온 정보는 무오류인 양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반면, 그런 언론이나 언론인을 비판하는 논리에는 눈과 귀를 닫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책임지지 않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넘쳐나는 새로운 플랫폼들에서 일어나는 소통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새로운 플랫폼들은 일반적으로 나의 소비 정보를 가지고 내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알아서 권해준다. 이런 플랫폼의 논리를 인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정보 편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나는 진영 논리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내 편의 오류에 둔감해진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그 표현의 자유는 비판에 귀를 여는 행위도 포함하지 않을까?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