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 날짜를 헤아리는 것마저 민망할 정도다. 오늘로 MBC 노조가 104일째, KBS 새노조가 69일째다. 양사 모두 1992년 MBC의 최장 파업기록 52일을 훌쩍 넘어섰다. 그 사이 온갖 일들이 벌어졌다. 다른 무엇보다 방송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정권 낙하산 사장들 아래서 공정성에 큰 문제가 있던 방송이었지만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해졌다. 4·11 총선 보도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뉴스”였다고 MBC 노조 민실위는 평가했다. 정권 말 엄청난 비리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방송뉴스는 심층적 보도는커녕 지극히 피상적인 내용 전달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들을 중징계하고 가압류를 하며, 계약직을 대거 채용한다. 그럼에도 파업 열기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공정방송 여의도 희망텐트 투쟁 (경향신문DB)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하고 있다면 마땅히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언론사 파업 문제를 개원협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울 태세다. 문제는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새누리당이다. 총선 후 당지도부가 개편되면 뭔가 새로운 대책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그런 조짐이 별로 없다. 신임 이한구 원내대표는 엊그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서 “(방송 파업이) 불법 또는 정치파업이라고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며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 같은 태도는 같은 대구 지역구 출신 유승민 의원이 총선 전 “이명박 정권의 무개념, 무철학 언론정책이 사상 초유의 언론사 연대파업을 가져왔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것과 대비된다. 친박계 핵심들의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보건대 새누리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정리된 입장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궁금한 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생각이다. 우리는 총선 직후에도 방송 민주화에 대한 박 위원장의 생각을 물었거니와, 이제는 그가 이 문제에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혹시 이 원내총무가 말한 ‘불법, 정치파업’이란 인식이 박 위원장의 복심인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새누리당이 사당화를 우려할 만큼 박 위원장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고, 그의 경제교사로 통하는 사람이 원내총무가 됐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정치 지도자의 자격에 심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권력이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나. 또 현 대통령의 방송장악 욕심에서 비롯된 현 사태를 그저 ‘불법적, 정치적’ 파업으로 도외시해버린다면 그만큼 정치감각이 무딘 것을 자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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