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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불량 종편’ 퇴출 책무 방기한 방통위의 과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JTBC·채널A와 보도채널인 뉴스Y의 채널 재승인을 끝내 강행했다. 야당 쪽 상임위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반대했음에도 여당 쪽 위원들만으로 회의를 진행해 의결했다고 한다. 지난 주초 방통위가 심사위원회 심사결과를 공개하면서 공식 의결을 보류해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재승인을 확정했다. 이번 기회에 불량 종편을 퇴출시켜달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방통위의 처사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방통위의 재승인 처분은 납득할 수 없는 봐주기 행정이자 부실 심사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말 우선 실시한 방송 평가에서 뜻밖에도 모든 종편사에 합격점을 주었고, 이번 평가를 앞두고는 심사위원단을 정부 여당 쪽에 치우치도록 편파적으로 구성했다. 최종 심사 결과 종편 3사 모두 기준점인 650점 이상을 얻었다고 밝히면서도 그 점수가 나오게 된 세부 채점표를 보자는 야당 쪽 위원들의 요구는 합당한 이유없이 거부했다. 애초부터 짜놓은 각본대로 밀어붙여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방통위 전체회의 열어 종편 재승인 논의 (출처: 경향DB)


심사항목을 들여다보면 이런 의구심은 더 짙어진다. 심사항목 9개 중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과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계획은 핵심 항목으로 분류돼 평가점수가 배점의 50%에 미달하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의 사유가 된다. 그런데 이 항목에서 과락을 한 종편이 하나도 없다. 종편의 막말·저질·편파 방송은 종편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인데, 여기에 낙제점을 주지 않는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가다.

종편은 사업승인 받을 때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승인이 취소돼야 마땅하다. 보도프로그램을 계획보다 2배 이상 편성하고, 콘텐츠 투자를 약속의 3분의 1도 하지 않았으며,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이런 약속 위반에 면죄부를 준 것도 모자라 앞으로는 투자를 아예 줄이고 보도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하는 종편사의 향후 사업계획마저 통과시켜줬다. TV조선의 경우 보도프로그램을 전체의 44%로 유지하겠다고 해 종합편성채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종편의 위상에 맞게 보도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낮추라”는 하나마나한 권고를 하는 선에서 넘어갔다.

방통위의 이번 재승인 결정은 정권의 종편 감싸기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계승되었음을 보여준다. 종편의 정권 편들기 방송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방통위가 그런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그동안 종편에 준 각종 특혜라도 떼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