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재난 상황 앞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을 국민들은 2주째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부 부처가 무능한 것은 아니다. 일부 부처는 이 와중에도 재빠르고 영악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민함이 국민들의 상처를 더욱 아프게 후벼 파고,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의혹제기를 억누르고, 방송사를 ‘조정통제’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바로 그 장본인들이다.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통위 내부문건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정책국에 ‘방송사 조정통제’를 주요 임무로 부여했다고 한다. 또 방송기반국은 ‘방송 오보내용’을, 이용자정책국은 ‘인터넷 오보’를 모니터링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방통위가 자신들만의 판단기준으로 언론보도를 감시·통제하겠다는 의미다. 게다가 방통위는 경찰청, 해경 등이 참여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대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론환기 역할’을 하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역할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말이 좋아 ‘여론환기’이지 정부에 불리한 의혹에는 경찰력으로 겁박하겠다는 얘기다.
뉴스 지켜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출처 :경향DB)
또 방통심의위가 방통위에 보고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대응보고’라는 문건을 보면 방통심의위는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면서 “유언비어 등 매체별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 시 네티즌 자정 권유 및 사업자 ‘삭제’ 신고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의혹제기를 하는 개개인과 언론매체에 모조리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방통심의위의 언론통제는 이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JTBC 손석희 앵커의 <뉴스9>에 출연한 구조·인양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구조 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여론악화와 구조작업 혼란 초래’를 이유로 방송사를 중징계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틀어막는 조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방통심의위는 이종인 대표의 인터뷰를 겨냥해 ‘여론악화와 구조작업 혼란’ 운운했지만 결국 정부는 이 대표의 현장 출동을 허락했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 자신이 여론악화와 구조작업 혼란에 앞장선 셈이다. 어쭙잖은 보도통제 행태를 중지하고 자중자애하는 것, 그것이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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