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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옴부즈만

[사설]법원 판결 왜곡한 MBC ‘PD수첩’ 중징계

어떤 문학작품에 “몇몇 표현상의 문제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주제의식이나 구성능력 등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하자. 이를 ‘표현법도 모르는 졸작’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체로 뛰어난 작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전자의 자세를 보이는 이들이 있다. 법원 판결조차 왜곡하면서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제작진에게 두번씩 중징계를 내리는 MBC 경영진이 바로 그들이다.

MBC는 엊그제 인사위원회를 열고 2008년 4월 방영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제작진 4명에게 정직과 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다. “허위사실을 방송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MBC는 2011년 9월에도 같은 이유로 제작진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처분도 제작진이 대법원에서의 관련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뒤에 내려진 것이어서 안팎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곧바로 징계무효 소송을 냈고, 사측은 1심에서 패소한 뒤 징계를 취소했다. 지난 1월 2심 재판부도 사실상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는데도 사측은 판결문의 일부 내용을 왜곡하면서 이번에 또다시 징계를 내린 것이다.

'PD수첩' 해직작가들이 MBC 본사 앞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출처: 경향DB)


MBC가 징계의 근거로 삼은 2심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자. 재판부는 “(제작진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하는 등의 내용은 허위이지만 전체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고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특히 지난 10년간 허위보도로 문제가 된 방송의 제작자들에게 감봉 2개월 이상의 처분이 없었다는 점에 비춰봐서도 (정직 처분은) 형평의 원칙에 반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허위보도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며 사측의 징계처분은 잘못됐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린 허위보도’라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 어디에 있는가.

MBC가 법원 판결과 시민적 상식까지 무시하면서 재차 징계를 강행한 것은 정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MBC는 이러한 행태가 수많은 언론인들이 오랫동안 어렵사리 일궈놓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송두리째 허물어뜨리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한 움큼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번 징계조처를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