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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선 종편 선정, 후 수신료 인상? 여권 미디어재편 가닥

여권의 미디어 재편이 가닥을 잡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을 연내에 선정하고, KBS수신료 인상은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선 종편 선정, 후 수신료 인상’인 셈이다. 종편 수를 두고는 시장 경쟁 원리에 맞춰 3~4개를 선정해야 한다는 ‘가이드 성’ 발언이 여권 내에서 나온다. 야당 쪽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전 종편 사업자 선정 절차 추진에 반발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처리’를 시한으로 하고 이달 중 세부심사기준, 사업자 선정 공고 등 일정 논의를 예고했다. 방통위는 이달 10일 전체회의에서 심사기준 등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여당 상임위원 단독 처리 가능성 시사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의 합의제란 게 만장일치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며 “합의하면 좋겠지만, 표결로 심사 기준 등을 의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수 없다. 연내 종편 선정을 완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최시중) 방통위원장 의지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방통위 야당 쪽 양문석 상임위원은 여당쪽이 헌재 결정 이전 일방적으로 일정을 추진하면 사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은 헌재로부터 처리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받은 언론법을 재입법하지 않은 것과 관련, 헌재에 부작위 권한쟁의를 청구한 상태다. 방통위 야당 위원들은 헌재 선고 이후에 종편 일정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양 위원은 “야당이 승소해서 헌재가 ‘국회재논의’ 결정을 하면 지금까지 종편·보도 채널 선정을 위한 모든 절차는 즉각 중단되어져야 하고, 국회의 재논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방송법 재개정의 과정을 확인한 후에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다음 주 초 ‘세부심사기준’과 더불어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연내처리’를 담은 ‘일정’을 의결하려 하면 사실상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 두 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결단을 강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 방통위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종합편성 채널 선정과 관련, “종편은 올 연말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말했다. 종편 사업자 수에 대해서는 “절대평가를 통해 기준점수 이상이 되면 모두 허가한다고 해놨다”며 “신청자 모두 될 수 있지만 모두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양 위원은 인권위 상임위원들의 사퇴를 예로 들며 “인권위 상임위원의 의사와 반하는 ‘의안상정’이 결정적인 사퇴의 원인이 되었다”며 “방통위와 그 내용이 다를지언정, 인권위 상임위원 사퇴는 나의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재가 방통위 내부분열과 더불어 극단적인 파행을 의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고도 했다. 헌재가 공개변론 종료 후 3개월 안에 결정을 내리던 관행을 따르지 않고, 방통위의 위헌적 행정절차 추진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부작위권한쟁의 청구 선고와 관련, “오는 25일 정기선고일에 부작위권한쟁의 청구건을 처리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고, 특별기일을 정해 선고를 내릴 예정도 아직은 없다”며 “입법 과정의 하자가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데, 헌재에 부담을 떠넘기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종편 행정 절차 추진과 함께 구체적인 종편 수도 방통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인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지난 27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방송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종편을) 한두 군데만 허가를 내준다면 그 자체가 특혜”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도달한 데는 다 내주겠다’는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일단 그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방송통신이 융합하던 시점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소신일 뿐”이라며 “(조선·중앙·동아일보도) 서로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 (종편을) 하겠다는 사람은 내버려두면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여권은 종편 선정과 관련 경쟁과 생존이라는 시장원리로 가는 걸로 정리된 분위기”라며 “결과적으로 절대평가를 충족하는 언론사들이 다 선정되면 시장에서 인수합병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사를 포함한 1~2개 선정을 주장하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크게 반발할 것이라는 언론계 안팎의 예측과 달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권은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1~2개를 선정했을 때 탈락 신문사들의 공격이 부담스러워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다 주는 쪽으로 논의를 정리했을 수도 있다”며 “조중동은 종편 승인장을 받고 난 뒤 방통위나 한나라당에 황금채널 부여 등 추가 특혜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종편과 더불어 미디어 재편의 한축인 KBS 수신료 인상은 보류 분위기다. 종편 단독 처리 시사와 달리 KBS이사회 여당측은 ‘합의 처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야당 측 이창현 이사는 “수신료 인상 논의는 종결됐다. 더이상 협의는 없다”며 “수신료 액수만 갖고 하는 이사회에는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유일한 방안은 근본적으로 KBS의 신뢰도·독립성 같은 본질적인 논의를 새롭게 시작한다면 모르겠지만, 액수만 갖고 하는 수신료 논의에는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여당 측 황근 이사는 “야당과 합의 처리가 방침이다. 야당 이사들을 계속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여권이 종편을 먼저 처리한 뒤 상황을 봐가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편과 수신료 인상을 동시에 추진했을 때 생기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정책위원은 여권의 미디어재편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여권)은 수신료 인상의 부담을 피하고자 결심을 미루고, 한나라당은 이제 (종편) 사업자들이 알아서 하라며 발을 빼고, 방통위는 기회만 엿보고, 여기에 헌재는 세월아 네월아 한다.” 김종목·이고은 기자
j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