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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세상읽기]가짜뉴스로 인한 상처

요즘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되지 않은 걸 찾기 어렵다. 그동안 쏟아낸 기사가 수십만건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도 많고, 추측기사도 적지 않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신상털기나 가짜뉴스와 다를 바 없는 ‘카더라’ ‘아님 말고’ 식의 기사들을 읽고 나면 피곤과 짜증이 밀려온다.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면 이런 소동들이 소위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살펴보면, 어떤 언론사는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울 정도이다. 요즘 시국에 별 관심은 얻지 못하겠지만 한 경제전문지의 이상한 기사에 대해 짚어보았다.


몇 개월 전 한 경제신문에 “시세 80%로 취약계층 위한다는 ‘사회주택’…달동네로 떠밀린 ‘깡통 사회주택’만 속출”이란 기사가 실렸다. ‘달동네’와 ‘깡통’이 뜻하는 바를 상식적으로 풀어보자면, 각각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의 높은 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 ‘비어있음’ 정도일 것이다. 이에 바탕을 두고 기사의 적절성과 사실 여부를 따져보았다.


우선 사회주택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제목으로 뽑은 ‘취약계층을 위하는 사회주택이 달동네에 공급된다’는 명제는 사회주택 비판의 논리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주변시세보다 더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었다면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의 신념이 서울시 전역에 사회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달동네에만 공급되는 것을 비판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달동네에 떠밀렸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서울시의 사회주택이 공급된 지역은 ‘사회주택플랫폼(http://soco.seoul.go.kr/)’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1인 가구 기준 455가구가 공급되었는데, 동별 공급량이 20가구 이상인 경우를 내림차순으로 살펴보면 성북구 성북동 42가구, 관악구 신림동 40가구, 은평구 갈현동 33가구, 강남구 역삼동 28가구, 종로구 이화동 27가구, 강북구 수유동 27가구, 마포구 연남동 26가구, 은평구 녹번동 25가구, 서대문구 연희동 24가구, 관악구 봉천동 22가구이다. 접근성의 기준인 전철역까지의 거리를 살펴보면, 평균거리는 640m이다. 통상적인 도보생활권의 기준인 500m와 별 차이가 없는데, 전체의 절반이 넘는 232가구가 전철역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한다. 21세기 서울에서 달동네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억지에 불과하다.


한편 2019년 8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 사회주택의 공실은 82가구이다. 전체 공급량의 18%에 해당한다. 전철역까지 거리에 따라 구분하여 집계해보면 500m 이내의 공실은 31가구, 500m 범위 밖의 공실은 51가구이다. 전철에 대한 접근성이 양호한 곳의 공실률은 13% 수준이며, 전철과 다소 거리가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의 공실률은 23% 수준으로 조금 높다. 하지만 깡통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같은 기자는 사회주택에 관한 기사를 두 꼭지 더 작성하였다. 각각 “사회주택 먼저 도입한 유럽 각국, 취약계층 주거 보조금으로 선회” “밑 빠진 독 지원하더니…서울시 사회주택기업 ‘연쇄 부도’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앞의 기사는 유럽의 사회주택 지원제도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제목을 달았다. 뒤의 기사는 한 업체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전체 사회주택이 부실하다고 부풀리기 위해 비약과 억측으로 채워 문제가 많다. 


이런 기사들은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서 무책임하게 생성되는 가짜뉴스와 다를 바가 없다. 


가짜뉴스는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멀쩡하던 회사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기사의 탈을 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언론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