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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뉴스

“언론자유가 살처분되고 있다”…방송잔혹사 보고대회

“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인 11명이 해직됐고 180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30명은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권력의 끄나풀이 되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언론노동자를 탄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후 끝까지 추적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잔혹사를 말한다’ 보고대회에서 전국언론노조 산하 KBS, MBC, SBS, YTN의 노조위원장들은 이명박 정권 이후 방송장악 정책으로 인해 파탄난 방송의 공공성과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사측의 무분별한 징계 등 탄압 실태를 고발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2011년 1월 20일 열린 '방송잔혹사를 말한다'보고대회에서 KBS, MBC, SBS, YTN 노조위원장과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이 방송탄압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정권홍보 프로그램의 홍수,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불방, 사원들의 자기검열 심화, 사내 비판 목소리에 대한 무분별한 징계 등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인해 방송의 수준이 19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KBS에서는 제작자율성 침해로 인한 자기검열 강화로 비판적 프로그램이 실종되고 정부 찬양 프로그램만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경철 KBS 노조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이 발열조끼 모금운동을 지시했다는데 KBS가 1970년대 계몽캠페인 방송으로 돌아갔다”며 “발열조끼가 필요하면 왜 정부가 제대로 지급을 못하는지 보도를 해 개선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 G20이 열릴때 KBS는 홍보·찬양 프로그램을 3300시간 방영했다”며 “이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보도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의 경우 최근 김재철 사장의 단체협약 해지가 방송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단협의 핵심은 국장책임제와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통해 외압을 막고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김사장이 연임 욕심 때문에 단협을 파기했는데 처음 노조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BS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로 노조 무력화와 보복성 인사가 줄을 잇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윤민 SBS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7월 이후 전임자 타임오프제 관련 단체협약이 체결이 안돼 현재까지 8명의 전임자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기자, 아나운서는 물론 초대 노조위원장을 비제작부서로 일방적으로 발령해 보복성 인사와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시행중”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구조조정 등 모든 경영은 SBS 홀딩스가 진행하고 있어 사측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며 “SBS 경영진과 대화하려 해도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YTN에서는 사측이 해고자 6명의 재판을 차일피일 미뤄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노종면 전 위원장 등 해직자들의 징계무효소송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3년째 지연시키고 있다”며 “해직자 2명의 아버지가 아들의 복직을 기다리다 끝내 눈을 감았고 아내가 쓰러지고, 어머니가 입원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활동을 했던 사원을 보복성으로 지방 발령 내고 매월 진행키로 한 공정방송위원회가 2년 가까이 열리지 않는 등 공공성 침해가 심각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987년 이후 20년 넘게 정립되어온 공정방송의 틀이 현정부 들어서 깨졌다”며 “언론 자유가 살처분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사의 단체협약은 단순히 근로조건을 담은 것이 아니라 언론의 공정성을 위한 사회적 협약”이라며 “단협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종편에 대한 범시민사회의 반대운동도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사실상 지상파의 위치를 갖게 된 ‘조중동 방송’이 출연하면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조중동 방송 시청거부 운동은 물론이고 종편에 지분참여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 반대운동 등 실천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민사회와 함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행동과 언론노조는 27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는 종합편성 방송채널 참여주주에 대한 불매운동 선언과 함께 향후 종편 반대 투쟁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준일 기자 anti@kyunghyang